"우리도 난민이었다" 아프간 언급하며 근현대사 꺼낸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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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31. 오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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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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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수석보좌관회의 주재 "인권 선진국으로서 품격있는 나라로 발전하는 계기"]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는 식민지와 전쟁, 가난 등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많은 국민이 난민, 이민자, 이주노동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이산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아프간 국민들이 겪는 고난이 남일 같지 않다는 공감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를 언급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국내로 이송된 특별기여자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아프간인들에게 열린 마음과 따뜻한 손길을 보내 주시길 바란다"며 "특히 어린아이들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정부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환경 마련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면서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수보회의 발언 중 절반 가량은 아프간 특별기여자에 대한 얘기였다. 특히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작전으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외교부와 군 등 관계자들의 노고와 공로를 치하했고, 국민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도운 아프간인들과 가족들을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돼 매우 다행이다"며 "특별기여자로서 우리나라에 체류하게 될 아프간인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진천 주민들과 국민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이송 작전의 성공과 우리 국민들의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모습이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이처럼 아프간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비중있게 하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한 건 본인 역시 비슷한 가족사를 갖고 있어서다. 한반도에서 6.25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 때 1만4500명의 피란민을 태운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흥남에서 거제도 장승포항(당초 목표는 부산항)까지 무사히 왔다.

철수 작전이 이뤄진 당시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원래 피란민을 태울 의무를 부여받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레너드 라루 선장이 피난민 수송 결정을 내렸고, 이에 1만4500명의 피난민을 태웠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단일 선박 최대 규모 구조 작전 수행'이라는 기네스 기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탑승하면서 임산부도 있었는데, 이틀 항해 기간(12월 23~24일)에 아기 5명이 태어난 기록도 유명하다. 외신들은 이 작전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한다.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 말고도 많은 선박이 동원돼 10만명의 피란민을 북에서 남으로 이송했다. 이때 문 대통령의 부모도 다른 미군 상륙함을 타고 거제도로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군 수송기를 보내 분쟁 지역의 외국인들을 우리의 의지에 따라 대규모로 이송해 오고, 국내에 정착시키게 된 것은 우리 외교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책임을 다하는 인권선진국으로서, 어려운 나라의 국민들을 돕고 포용하는 품격있는 나라로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브리즈노튼(영국)=AP/뉴시스]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아프간인들을 태운 영국 공군의 보이저 수송기가 28일 브리즈노튼 공항에 착륙해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아프간 국민들을 태운 마지막 대피 항공기가 카불 공항을 떠났다고 밝혔다. 아프간 주재 영국 대사도 이제 대피 작전을 끝낼 때라고 말했다. 2021.8.28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인 국내 이송과 관련한 현재 상황과 향후 조치 계획을 보고 받은 뒤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들을 치밀한 준비 끝에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및 군 관계자들과 아프간인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면밀히 챙기라"며 "아프간인들이 국내 도착 후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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